인생에서 힘이 가장 세고 뽐낼 거리가 많았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지난 4일 행구동에 자리한 섬김재활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은 그림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자서전 만들기에 집중했다. 상지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평생교육상담학과는 지난달 24일부터 동국대 U-LINK 사업 지원을 받아 ‘어르신 그림책 자서전 만들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학민학여(학습자가 만드는 학습 여정)’ 형태로 운영된다. 2024학년도 1학기에 진행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론’ 교과목의 연장선이다. 재학생들이 프로그램 기획부터 개발, 설계, 운영,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수행한다.
그림책 자서전 만들기 프로그램이 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이다. 현재 실습에 나서는 등 운영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를 통해 재학생들은 평생교육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재은 지도교수 아래 전용순 학생 등 재학생 6명이 프로그램을 이끈다.
이들은 오는 25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을 만난다. 자서전 만들기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40여 명으로 모두 80대가 넘는 고령이다. 대부분 신체가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고 있다. 그러나 자서전 제작에 열중하는 어르신들의 눈빛은 전성기 이상으로 반짝인다.
프로그램은 그림책 읽기로 포문을 연다. 지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그림책을 엄선해 재학생이 낭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서전을 제작한다. 동화책 이미지를 추출해 색칠하고, 글씨를 적는 방식이다.
앞서 진행된 프로그램에선 ▷1주차 ‘열두달 나무이야기’ ▷2주차 ‘막두’ ▷3주차 ‘방귀쟁이 며느리’ 등을 다뤘다. 각각의 그림책을 통해 생일과 고향, 가족을 추억하고, 살면서 겪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표현했다.
4일 선정된 도서는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다. 이호백 작가의 작품으로 힘이 세고 자신감 넘치던 수탉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장 힘이 넘쳤던 순간을 비롯해 자신감과 잘하는 것이 많았던 때를 회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르신들은 색연필과 색실 등을 활용해 그림책 속 수탉을 칠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그림을 그리니 즐겁다”라며 “지난날을 끄집어내니, 그 시절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자서전은 훗날 개개인을 추억하고 되새길 소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프로그램 목표는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전용순 학생은 “자녀분들에게 자서전을 남길 것”이라며 “기억하기조차 힘든 어르신도 계셔서 마음이 아프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이 시간 자체가 의미깊다”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어르신들의 채색을 도운 심미숙 학생은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르신들 얘기를 듣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라며 “어르신 한분 한분이 지닌 소중한 추억과 과거, 생활의 지혜가 보물같이 느껴지곤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지대 미래라이프대학 평생교육상담학과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학생들의 성장과 지역 발전에 기여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은 지도교수는 “학민학여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며 “추석 이후엔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인 ‘나를 찾는 시간여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